사람을 좋아하는 데에 필요한 것은
1최근에 글을 또 안 쓴지 오래 지나서 앱을 열었다. 요즘 적는다는 행위가 너무 귀찮다. 원래는 기록 자체글 좋아해서 일기도 열심히 썼는데 지금은 걍 다 비공개 돌려버릴까 고민중. 글과의 권태기가 왜 왔을까. 책 읽는 건 여전히 재밌는데, 신나서 작성했던 발제 문답들도 그저 그렇다. 생각을 정리한다는 행위에 신물이 난 걸까? 뭐든 정답을 내리고 현재의 나를 정의해야한다는 게 이제는 싫증이 난 걸 수도. 그래도 사람이 너무 오래 홀로 묵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썩어버린 말들은 지독한 고집이든 아니면 무의미한 권태로든 쓰레기 더미처럼 쌓여버리니까. 지금도 별로 할 말이 많지 않은데 일단 쓴다.2최근에 이유없이 힘들었던 적이 있다. 원래 이럴때면 무작정 연락처에서 아무나 불러서 한 잔 하자 하는데 그러한 나 ..
취향
취향 형성의 근원근원지라는 개념은 사람의 인생으로 범위를 축소해도 참 난해하고 어려운 듯. 저는 잘 모르겠네요. 지금 취향의 핵심 축이 되는 미장센은 좀 쉽다. 역시 일 듯. 푸르스름한 색감, 일상적인 오브제들 속 비일상적 인간상. 공포 영화나 그로테스크함이 주는 미학이 있다. 일문학 좋아하는 것도 그런 징그러운 부분을 잘 긁어내서 그럴지두? 공명하는 시 한 편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변하지 않는다. 사람은 멎으면 시들어간다고 생각해서 그런가... 아끼는 오브제 자취 전까지는 방 꾸밀 생각이 없어서 오브제를 모으진 않음. 뭐 굳이 꼽자면 교토에서 사온 콩알만한 인센스 홀더?나는 깨끗하고 미니멀한 분위기보다는 조잡하거나 낡아도 그 사람이 선명한 물건들이 좋다. 취향은 아무래도 덜어낼 때보다는 더해갈..
상대성혐오
1무결이란 단어의 불완전성. 가변세계. 이런 상대적인 시각으로 세계를 꽤 오래 봤던 것 같다. 그러한 모호함을 좋아하기도 했고. 아마도 사회가 흑백논리와 극단성으로 기우는 데에 지쳐서 그랬던 것 같다. 근데 최근에는 명료성으로 다시 취향이 기울어간다. 내가 주된 이야기를 나누는 집단이 바뀌어서 그런 걸지도. 여전히 사회는 양끝만 소란하다. 하지만 비슷한 사람이 있는 곳에 오니 역으로 순환론적 문제에 빠져버리는 기분이다. 철학 수업에서도 다들 상대성에만 집중해 내는 의견이 비슷하고... 단조롭다. 수용은 생각의 깊이를 끌어올리지만, 동시에 좁은 굴로 파고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확장이 곧 고립이 된다. 상대성이란 단어로 모든 오류를 무마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상대성이 점차 싫증이 난다.태도랑은 별개로..
결핍을 너무 미워하지도, 가여워하지도 않는 것
1.나의 결핍을 안고서 그것을 너무 미워하지도, 너무 가여워하지도 않고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동아리 때문에 읽은 뒷 장에 적힌 문장이다. 딱히 새롭거나 위로를 받았다는 건 아니고, 그냥 하루하루 내가 살아왔던 걸음을 정리한 느낌이라 스며든 듯 싶다. 이것도 결국 공개용 글이라 완전히 솔직하게 적진 못하겠지만 나 또한 참 오랜 시간 결핍에서 허우적거린 사람이다. 어쩌면 지금도 그럴지도. 그렇다고 내가 특별히 불행하거나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반대로 내 아픔들이 유난이거나 배부른 소리로 치부될 일도 아니라고 본다. 아마 나는 스스로한테 동정을 먹이로 주고 싶지 않지만 때때로 억울함이 피어나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그래도 이정도면 꽤 곧게 잘 자라는 거 아닐까. 사람이 두렵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