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는 동네 언니의 방에서 나나를 만났었다. 그게 나와 비비안의 첫 만남이었다. 까만 립스틱과 담배가 멋져 보이던 시절에 조우한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어찌 보면 내가 처음 알게 된 명품 브랜드일지도 모른다. 펑크와 락 그리고 EMO에 빠져있던 시절은 이제 가물가물하지만, 여전히 비비안은 나한테 참 많은 향수를 갖게 만드는 브랜드 같다. 어릴 적 제일 좋아한 간식과 처음 좋아한 오빠들의 이름을 잊지 못하는 것처럼. 부고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포토 보관함에 들어갔다. 타투의 노래를 들으면서 한가득 저장해뒀었던 런웨이를 구경했다. 보그에서 나오미 캠벨과 한 인터뷰도 봤다. 묘하다 기분이. 한 아이콘이, 내 취향과 인생에 꽤나 크게 녹아들었던 사람이 떠나는 기분이란 이상하다. 여전히 숨 쉬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