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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o¥ (역: 조옌)
    02.09
    사람을 좋아하는 데에 필요한 것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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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글을 또 안 쓴지 오래 지나서 앱을 열었다. 요즘 적는다는 행위가 너무 귀찮다. 원래는 기록 자체글 좋아해서 일기도 열심히 썼는데 지금은 걍 다 비공개 돌려버릴까 고민중. 글과의 권태기가 왜 왔을까. 책 읽는 건 여전히 재밌는데, 신나서 작성했던 발제 문답들도 그저 그렇다. 생각을 정리한다는 행위에 신물이 난 걸까? 뭐든 정답을 내리고 현재의 나를 정의해야한다는 게 이제는 싫증이 난 걸 수도. 그래도 사람이 너무 오래 홀로 묵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썩어버린 말들은 지독한 고집이든 아니면 무의미한 권태로든 쓰레기 더미처럼 쌓여버리니까. 지금도 별로 할 말이 많지 않은데 일단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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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이유없이 힘들었던 적이 있다. 원래 이럴때면 무작정 연락처에서 아무나 불러서 한 잔 하자 하는데 그러한 나 조차 싫었을 때. 심각한 일은 아니었고 그냥 회의감이 들었다. 사람한테서 에너지를 받으려는 내 성향이 갑자기 싫어져서. 동생이 한 번 나갔다오면 그거 다 풀릴 거라고 그러길래 그냥 무작정 도서관에 갔다. 파란펜 하나랑 읽고싶었던 책 하나 올려두고 그냥 3시간 앉아있었을 뿐인데 금새 창은 어두워지더라. 신기하게 울렁이던 마음이 진정이 되어있었다.

    지나가다 영상에서 본 말이 한동안 기억에 아른거렸다. 어른이 되어갈수록 점점 사회 반경이 좁아진다고. 결국 삶에 남는 건 관념적으로 혼자 뿐이라고. 그렇기에 혼자서 잘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이 자라는 거라고. 문장 하나 잡고 이유 없는 우울감에서 홀로 빠져나오면서 몸소 그 뜻을 배웠다. 내가 사람을 좋아하는 성향과 관계 없이 23살 즈음이면 변할 수 밖에 없는 시기라는 거. 독서 전까지는 무의미하게 나도 얘들처럼 연애라도 해야하나 아니면 내가 친구 관계를 너무 소홀히 했나 이런 상념에 붙잡혀있었다. 근데 전혀 인간과 관계 없는 내용을 읽으면서도 마음이 정리가 되었다. 텍스트로 표현하기 복잡한 경험이라 자꾸 말들이 뭉그러지는데, 책의 유익함을 새롭게 깨우친 느낌이었다. 도구적 기능 외에도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공감각적 효능이 존재하는 것 같달까.

    그렇게 읽고 경험하는 게 쌓여서일까. 해가 지날수록 내 모자람이 더 잘 보이는 기분이다. 그렇지만 부족함을 모르던 날보다 더욱 기분이 가벼워진다. 모자란 나를 홀로 챙기는 법을 배워가는 건 아마 걸음마를 내딛는 아이의 설렘과 비슷하지 않을까.

    그래서 연애에 대한 생각도 처음에는 단순히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든 충동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러한 감정이 불쾌했고 (나는 피곤하거나 힘들 때 이성을 찾으면 별로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눈 앞이 캄캄할 때 멀쩡한 물건을 주웠는지 알 수 없지 않는가.) 걍...빡쳤다. 근데 지금은 그냥 나한테 필요한 단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대로 연애할 마음이 생긴 듯.

    그것 외에도 좀 더 부드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가 주변 사람한테 못 한 건 아니지만, 애초에 초반에 의심했다는 건 더 기여할 수 있는 마음이 남았단 거 아닐까. 주변 사람들한테 더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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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올해는 정말로 연애를 해볼까 생각이 든다. 딱히 연애에 대한 무언가 고프기보다는, 왜 다들 연애를 찾는지 납득이 갔달까. 이 나이 되니까 다들 연애를 하던 취준을 하던 고학번의 숙명으로 달달 갈리전 자기 생활을 챙기는 게 바빠서 뭔가 좀 분리된 느낌이랄까. 여전히 만나면 즐겁고 내키는대로 약속도 잡을 수 있지만 이제 전처럼 친구를 만난다고 뭔가 새롭지 않다. 서로의 삶의 방향이 너무 달라져서 그렇겠지. 뭔가 씁쓸하지만 원래 차도 달일수록 그런 법 아니겠는가. 그렇지만 여전히 향은 남아있는 것처럼 이제는 새로움을 맛보는 게 아니라, 따스함과 추억에 쉴 수 있는 존재로 서로한테 굳어져가는 거라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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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보다 나는 사람한테 마음을 잘 준다. 금사빠나 무작정 사람이라면 다 좋아한다기보단, 이상향이 확고한 편이다. (이상형에 대한 오타 아니다) 연인이든 아는 사람이든 혹은 짧게 만날 인연마저도 다 포함해서 하는 말. 대게 나와는 정반대인 사람들이 내가 좋아하는 인물 카테고리에 들어간다.

    친한 사람을 보면 중고등학생이든 사회에 나와서든 나랑 비슷한 결이 더 많지만... 늘 마음에 더 오래 생각하는 사람들은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나보다 차분하고, 착하고 침착하며, 자신이 좀 불편하더라도 남한테 나누는 걸 좋아하는 그런 사람. 유독 이런 인물들한테 약한 거 같다.

    문제는 너무 반대라 이들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러다보니 혼자 과대해석을 할 때가 잦다. 나랑 친해지고 싶지 않은 것 같다. 싫어하는데 예의로 대해주는 것 같다. 원래 나라면 전혀 신경 쓰지 않았을 생각들이 함께 따라붙는다. 그렇다고 내가 티내거나 의기소침해지는 타입은 아니지만, 참 우스운 일이다. 사랑은 사람의 모난 부분을 깎는다는데, 어쩌면 단단한 부분마저도 볼품없이 흐물텅하게 만드는 걸 수도 있겠다.

    솔직히 내가 자상한 사람이 될 수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그들이 생각했을 때 편안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 정도의 따듯함이라도 키우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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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같은 주제로 글 쓰는게 싫은데 최근에(그래도 한참전이지만 게시글 기준들로) 왤케 사랑 타령을 했나 싶다. 근데 생각해보니 나는 다 정리된 내용들에 대해 적는 걸 즐기지 않는다. 그에 비해 사랑이란 개념은 아직 나한테 어떠한 가치관이나 깨달음을 주기에 데이터가 하~낫또 안 쌓인 상태다;;; 그러니까 정리가 계속 필요한 거고. 그냥 연애를 연애라 가볍게 생각하는 것도 재밌지만 사랑이란 감정에 대해 파고드는 것도 재밌다. 괜히 이를 논하는 철학서까지 생긴 게 아니구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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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연이란 참 어떻게 될 지 모르기도 하고
    동시에 어떻게든 놓치기 싫은 존재이기도 한 듯 싶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은 사소한 인연들마저 소중하단 생각이 든다. 이 작은 싹이 내 나무가 뿌리째 뽑히면 유일하게 남을 수도 있고, 또 본인 줄기는 말라 비틀어져도 근처에 다른 잎이나 씨앗을 떨굴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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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나 막상 쓰니 편안해졌다. 내일은 도서관에 가서 읽다만 책을 이어서 봐야겠다. 토론 가고싶었는데 몸이 아파서 아쉽다. 건강을 늘 소중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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