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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o¥ (역: 조옌)
    03.15
    위그전과 예술에 대한 침잠 조금
    기록

    0315 토요일
     
    필소 사람들과 위그전을 보고 지금은 한강진 아랫변 카페에 와있다. 선선한 햇살과 바람이랑 같이 베일리스 라떼 한 모금하니 기분이 좋아서,,, 과제 하기 전에 오늘 본 전시에 대해 개인 해석과 사담 몇 가지... 그리고 예술에 관해서 짧게 기록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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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가장 좋았던

     

    고독 / 이사무 노구치

     

    가장 좋았던 작품으로 시작. 해설기 받아가는 걸 까먹어서 정말 독단적인 해석만 가능했는데 그 안에서 가장 좋았다.

    먼저 눈에 들어왔던 건 작품을 지지하는 기둥들이 완벽한 육면체가 아니라 구겨지고 곡선진 것.  홀로 우뚝 견고하게 솟아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파고들면 일그러진 부분들이 존재한다는 게 고독에서 느끼는 인간의 감정과 닮아있다 생각했다. 기둥들 또한 가장 위의 박스를 완벽히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부자연스레 붙어있고 녹아내리는 것 같다는데, 이게 위태로운 구조감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고독이 불러오는 불안감이 잘 드러났다 생각한다. 깔끔한 질감이나 짙은 색채에서 느껴지는 고요함도 좋았다. 단순한 구조물로 직관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세밀한 요소들에서 작가의 의도(라기보단 내 독단적 해석이지만)가 묻어나오는 게 좋았다.

     

    1.피에르 위그전 <리미널> - 별점 2.3
     
    그로테스크함과 인간이 공포로부터 느끼는 아름다움은 잘 표현했다. 그런데 그게 전부인 느낌? 다룬 작품들 간의 연결성이 짙다고 느끼지도 못했고, 원재료가 된 소재도 솔직히 이 정도밖에 못 쓰나 싶었다. 

    리미널은 과도기적 상태, 즉 우리의 감각적 현실과 비인간적 존재 사이의 통로이며 둘 다 인간 형태를 통해 비인간과 인간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이는 전달자이자 신탁의 형상입니다.
    - 피에르 위그 / 리미널(Liminal) 해설

     
    이 문장 읽으면서 현대에서 인간이 비인간한테 느끼는 공포감, 그 경계에 선 리미널이란 존재의 모호한 경계가 주는 불쾌함같은 걸 잘 표현할 줄 알고 기대했는데... 이게 뭐임? 처음 줌인되는 바스트샷과 약간의 코즈믹 호러를315 토요일
     
     
     
    필소 사람들과 위그전을 보고 지금은 한강진 아랫변 카페에 와있다. 선선한 햇살과 바람이랑 같이 베일리스 라떼 한 모금하니 기분이 좋아서,,, 과제 하기 전에 오늘 본 전시에 대해 개인 해석과 사담 몇 가지... 그리고 예술에 관해서 짧게 기록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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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피에르 위그전 <리미널> - 별점 2.3
     
    그로테스크함과 인간이 공포로부터 느끼는 아름다움은 잘 표현했다. 그런데 그게 전부인 느낌? 다룬 작품들 간의 연결성이 짙다고 느끼지도 못했고, 원재료가 된 소재도 솔직히 이 정도밖에 못 쓰나 싶었다. 

    리미널은 과도기적 상태, 즉 우리의 감각적 현실과 비인간적 존재 사이의 통로이며 둘 다 인간 형태를 통해 비인간과 인간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이는 전달자이자 신탁의 형상입니다.
    - 피에르 위그 / 리미널(Liminal) 해설

     
    이 문장 읽으면서 현대에서 인간이 비인간한테 느끼는 공포감, 그 경계에 선 리미널이란 존재의 모호한 경계가 주는 불쾌함같은 걸 잘 표현할 줄 알고 기대했는데... 이게 뭐임? 처음 줌인되는 바스트샷과 약간의 코즈믹 호러를 느끼게 하는 공허의 얼굴은 좋았으나 줌아웃 되는데 무슨 뭉개진 진격거 보는 줄 알았다. 구도 설정만 미스났으면 몰라, 인간과 비인간의 연결성을 표현하기에는 너무 뭐가 없었다. 만약 본 주제를 다루고 싶었다면 트래커와 같은 반응성 전시로 구성을 하거나 혹은 불쾌감을 좀 더 극대화 시키기 위해 영상/작품들의 규모와 연출의 크기를 장엄하게 유지시켜야했다고 본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알겠는데... 너무 호러 에스테틱이 인간한테 주는 분위기에만 치중한 느낌. 단발적인 감상으로 끝나는 작품들도 아니고, 한 작품 당 깊게 봐야하는 구성이던데 작가가 너무 미숙하게 다루다고 생각했다. 보다가 나도 반성함. 디자인 짤 때 시각적인 부분만 생각하면 이렇게 구리게 작품이 나오는구나... 교수가 맨날 얕다 진부하다 메세지 타령하는 게 아니었군... 뭐 이런 개인적인 감상이다.
     
    그래도 좀 괜찮았던 걸 뽑자면 소녀 가면을 낀 원숭이가 나오는 <휴먼 마스크> 는 길게 봤던 거 같다. 러닝 타임 19분동안 한 번도 눈 떼지 않고 봤다. 커다란 스크린과 정적인 배경에서 극대화 될 수 있는 소리를 주 연출로 삼았던 게 좋았다. 어려워서 정확히 해설할 수 없으나 후쿠시마 주변을 배경으로 하고있고 설명 마지막에 '우리가 모두 쓰고 있는 인간이라는 가면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 부분으로 추측컨대 아마 리미널의 연장선상으로 비인간과 리미널보다 우리가 과연 더욱 '인간답다'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하는 것 같았다. 인간의 비인간성을 비판하는 작품은 많으니까 아마 그런 의도가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일뿐. 외에 정설이란 하나도 없는- 비윤리적 면모는 배제한 체 '인간성'을 중심으로 탐구해본 개인적인 감상만을 남기면
     
    병풍으로 된 숲에 갇혀있는 원숭이(소녀)는 스스로를 가두는 인간들의 모습을 비유. 종잇장임에도 클로즈업해서 마치 정말 빽빽한 숲에 길을 잃은 것처럼 한 것은 아마 거시적으로 보면 한 장에 불과한 찰나들을 힘겹게 받아들이는 인간의 감정을 표현한 것 같다는 생각. 특히 말라 붙은 구더기, 등불에 붙은 나방 시체 등 죽음을 맞이한 생명체들을 비추는 과정에서 이렇게 스스로를 가둔 인간의 삶은 죽음과 다를 바 없다는 연출같았다. 그리고 실제 숲이나 병풍의 연출에서 빗소리가 들리고 나머지는 적막인 걸 생각했을 때 아마 대조에서 고통에 몸부림칠 때야말로 오히려 살아 숨쉬는 것과 같다는 뜻 아닐까? 병풍을 마치 넘을 수 없는 벽처럼 여기던 초기의 원숭이처럼 '인간으로 태어났기에' 라는 명제에 수동적으로 순응하며 사는 것은 리미널이나 비인간보다도 못한 인간이 아닐까 하는. 물소리,빗소리를 들은 원숭이는 잔을 넘어트리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흥분된 반응을 보이는데 오히려 이런 불완전하고 고뇌가 가득한 환경에서야 인간다워진다는 것 아닐까. 그리고 결국 원숭이가 병풍을 열고 세상을 보는 순간, 빛이 들어오는 연출도 아마 이러한 발버둥 끝에서야 희망을 마주할 수 있고 내일을 볼 수 있다는 뜻이라 생각...
     
    또 인상깊었던 연출은 흔들리는 원숭이의 다리를, 마네키네코 팔과 오버랩시키면서 사용한 메타포. 마네키네코는 행복을 불러오길 바라는 뜻인데, 이러한 행운을 바라는 '미신'을 가만히 앉아서 다리만 초조히 흔드는 원숭이에 비유하고, 바로 코앞에 마네키네코와 같은 고양이를 배치시켰다는 건 수동적으로 행운만을 바라는 인간한테는 코앞에 있는 행운도 놓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미련함을 표현했다 생각한다. 마치 인간으로 태어났단 이유만으로 리미널과 비인간들과 자신을 구분지어 '인간답다'하는 것과 같은... 무튼 그렇다.
     
    2. 현대전

     
    사실 이게 보고 싶어서 갔다. 교과서에서 주구장창 봤던 칼레의 시민. 나는 청동을 저렇게 부드럽게 깎는 사람들이 너무 신기하다. 옷주름도 옷주름이지만 표정이야말로 가장 섬세한 굴곡이라 생각하는데, 금속덩이에서 수많은 감정들이 읽히는 게 신기했다. 그리고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 뭔 면봉덩어리 같을 줄 알았는데 실물로 보니까 확실히 미지 존재한테서 느껴지는 압도감이 있다. 그러고 보면 난 참 규모가 주는 미학을 좋아하는 듯.

     
    그리고 이우환의 점으로부터와 선으로부터. 이전 페이스 갤러리에서 봤던 작품들은 오래 머물진 않았는데 대표작은 이유가 있긴 한가보다. 내 취향은 로스코같은 색면화에 가까운데도 오래 봤던 거 같다. 의외로 좋았던 작품 중 하나. 

     
    이건 도시의 미학이었는데 리움이 배치를 참 잘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금속성의 아름다움이 잘 드러나게 빛 부근에 둔 것도 좋았지만, 오직 상층부에만 빛이 들어오는 거... 그치 이게 도시지 이게 자본주의지 하는 생각,,,
     

     
    이건 보는데 서브스턴스 생각났다. 내가 인간이라서 그런가? 사람을 연상시키는 작품이 참 좋은 것 같다. 살가죽 이런 소재와 의식을 다루는 작품들. 그래서 위그도 기대했는데 흠,,,
     
    3. 예술의 필요
    최근 인문 관련 에세이 적을 일이 생겨서 이 주제로 많이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만큼 예술을 싫어하는 사람도 없다고 생각한다. <기대어 버티기>에서도 시인들이 시를 증오하지만, 결국에는 각자 좋아하는 시를 읊고 헤어진는 말처럼 예술을 감상할 때마다 ㅈㄴ 날먹하네,,, 이 생각하다가도 계속 생각에 젖어들게 된다. 그런데 과연 예술의 사유가 삶에 도움이 될까? 문화 자본 향유 계층만이 공유하는 그러한 바운더리 말고 '인간적인' 관점에서 생각하려니 어려웠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결핍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 결핍이란 게 모자람보다는, 목마름이란 방향성으로. 정신적으로든 사람과의 관계든 무언가 해소되지 않은 부분을 늘 껴안고 살아가고, 그렇기에 이를 가시화 할 수 있는 행위인 '예술'에 이끌리는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다.
     
    또 다른 생각으로는 현대 예술은 제목에 <무제> 붙이는 것 좀 그만해야 한다. 오늘 현대전 보면서 무제를 몇 개나 봤는지. 예술을 결국 향유하고 완성시키는 건 분명 관람객이 맞지만, 작가도 그만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의도가 왜곡되거나 전달 오류가 나는 걸 두려워하는 느낌? 작품을 생성하면서 표현하고 싶은 게 분명 있었을 거지, 그냥 예쁘다고 발라버린 건 아닐 거 아냐... 설령 그렇다해도 그 아름다움이 어떤 느낌인지 최소한의 단서는 남겨야한다고 생각한다. 독자적 해석을 허용하는 것과 다르게 작가한테는 표현의 책임이 있다고 느낀다. 무제는 이러한 독자들의 노력을 배반하는 행위처럼 읽힌다. 제발...
     
    4. 사담
    날씨가 좋아서 루프탑에서 와인 한 잔 하려다가 테라스랑 통창 있는 카페로 변경했다. 커피도 마시고 싶은데 술도 땡겨서 베일리스 라떼를 시켰다. 중간에 이탈해서 <페이스 갤러리> 전시도 하나 더 봤다. 이렇게 흘러가는대로 결정하는 삶이 너무 좋다. 유연성 있는 삶이 주는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른한 햇살처럼 여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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